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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카오에 반해 떠난 포르투갈 여행 - 포르투[Porto]

사람은 보통 예상한 일보다 예상하지 못한 일에 더한 충격을 받는다.
예상하지 못한 지인과의 만남 혹은 죽마고우의 갑작스런 사랑고백은 어떨까?
나에게 마카오 여행은 이와 같은 기대하지 않은 특별한 만남이었다.


홍콩여행에서 구색 맞추기로 넣었던 마카오는 결국 포르투갈여행을 시작하게 된 동기가 되었다. 동서양을 섞어놓은 마카오는 언뜻 보면 서양의 것을 어설프게 따라한 조악한 나라로 보인다. 하지만 마카오의 역사적 배경을 이해하고, 엽서에 나올법한 색 바랜 파스텔 색상의 마을 속에 직접 들어가 본다면, 거기다 따뜻함과 유머가 있는 현지인을 만난다면 누구라도 이 조그만 나라에 반해버릴 것이다.


포르투갈로부터 독립한지 오래되지 않아서인지 교통 표지판이 포르투갈어로 되어 있다. 대표적인 포르투갈 장식예술인 아줄레주(타일예술)의 건축물과 입맛을 사로잡는 포르투갈식 음식 문화는 포르투갈에 대한 궁금증을 자아냈다. 특히 개인적으로 열광하는 에그 타르트(Eggtart)가 포르투갈에서 왔다고 하니 더욱 그러했다. 또한, 포르투갈의 오랜 지배에도 불구하고 마카오와 포르투갈의 관계가 호의적이라는 점과 마카오 특유의 이국적인 여유로움으로 미루어 보아 포르투갈도 이와 같을 것이라고 생각하니 궁금증이 증폭되었다.
마카오에 다녀온 후에도 나는 그곳을 계속해서 그리워했고, 다음 여행지로 망설임 없이 포르투갈 행을 결정했다.

도시 전체가 역사 박물관 - 포르투(Porto)를 만나다.

나의 포르투갈 여행은 지도상으로 북쪽 부근의 항구도시 ‘포르투’에서부터 시작되었다.
포르투갈의 대표적인 항구 도시 포르투(Porto)는 FC포르투 축구팀으로 우리에게 알려져 있다.

포르투는 포르투갈의 수도인 리스본에 이어 제2의 도시로 예전부터 해양 무역의 거점으로 중요한 역할을 해왔던 항구도시이다.
포르투갈은 유럽에서 여행자들이 가장 많이 찾는다는 스페인과 화려하고 로맨틱한 프랑스에 둘러싸여 상대적으로 비인기 여행지이지만 포르투갈을 찾는 여행자라면 포르투는 빼놓지 않고 거쳐 가는 곳이기도 하다.

나는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포르투갈로 넘어가기 위해 저가항공을 이용했다. 유레일(기차)은 갈아타야 하고 시간도 오래 걸린다. 웬만한 큰 도시에 거의 연결되어 있는 유레일이 포르투로는 직행이 없다. 탑승수요가 많지 않은 모양이다.

Oporto Poets Hostel 내가 묶었던 호스텔이다.
인터넷으로 예약 후 확인 메일에 ‘시(Poets)를 준비하시오’ 란다. 호스텔 이름인 Oporto Poets Hostel에서부터 느껴지듯이 호스텔 주인은 시를 무척이나 좋아하는 문학적인 사람이리라.

언덕에 위치한 이 호스텔은 내가 다녀본 몇 십 개의 호스텔 중에 가장 예쁜 호스텔이었다.
아마도 호스텔 주인은 여행 경험이 많은 사람일 것이다. 이렇게 여행자의 마음을 잘 알고 예쁘게 꾸며놓은 것을 보면 말이다. 마당에는 그물 침대가 한가로이 바람에 흔들리고 비치용 의자에 누운 여행자들이 가벼운 차림으로 선탠을 즐기고 있다. 창밖으로 보이는 파란 하늘과 황토색 지붕의 조화로운 형상은 무척이나 평화롭다.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자니 내 자신도 안식을 얻는 듯하다. 쉬고 싶은 여행자라면 포르투에서의 Poets 호스텔을 추천하고 싶다.

고급 호텔에서는 느낄 수 없는 편안함과 따뜻함을 얻을 것이다. 공동 목욕실을 사용하고 개인용 침대를 포기하는 대신 그물 침대에 누워 책을 읽고 포르투의 평화로운 정경을 보며 낮잠에 빠질 수 있다.

짐을 풀고 포르투의 관광에 나섰다. 역시 아줄레주(타일)로 유명한 포르투갈답게 아줄레주로 장식된 건물들이 많이 보인다.

포르투 지구는 로마네스크 양식의 성당이나 전형적인 포르투갈식 교회 등의 많은 역사적 유물을 간직하고 있어 1996년 유네스코에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되었다고 한다. 도시전체가 역사박물관인 샘이다.

새것은 찾아보기 힘들다. 유명한 건축물에서부터 일반 거주지까지도 페인트칠이 벗겨지고 원래 색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는 건물은 없는 듯하다. 새것의 아름다움은 없을지 모르지만 오래된 것에서 느껴지는 편안함이 전해진다. 이것이 포르투에서 느껴지는 아늑함의 근원이 아닐까?

아줄레주 장식은 오래된 건물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것 같다. 흘러간 세월의 깊이만큼 성숙한 아름다움을 지닌 포르투는 운치가 있다.

포르투의 쇼핑거리는 평일이서인지 한산하다. 영어는 잘 안 통하지만 내가 물어보는 질문에 답하기 위해 몸동작으로 어떻게든 표현하려는 아주머니가 정겨워 굳이 살 필요 없는 물건까지 구입했다.

거리에는 그나마 많지 않은 관광객들 중에 아시아인은 찾아보기 힘들다. 그래서인지 주객이 전도 되어 누가 관광객인지 모를 정도로 나를 신기한 듯 쳐다본다.

가끔 길에서 마주치는 아이들이 나를 향해 반갑게 인사하는데 들어보면 일본어나 중국어다. 처음에는 기분이 상해 웃는 얼굴로 인사하는 아이들에게 인상을 찌푸렸다. 그런 상황이 반복되면서 나에게 호의를 표현하려 한 것뿐인 아이들에게 혹시 내가 상처를 주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그 다음부터 나도 기분 좋게 hi~ 로 짧게 인사하거나 ‘아니. 난 한국인이야’라고 답하고 웃고 넘어간다. 그들이 한국을 인지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책임을 그들에게 물을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비탈길을 내려가면 거대한 철제 다리가 눈에 뛴다. 돔 루이스(Dom Luis) 1세의 다리다.

그 다리가 와인 공장이 늘어선 노바네 가이아 지역(Vila Nova de Gaia)과 중심지인 리베이라(Ribeira)지역을 이어주고 있다. 항구를 따라 운치 있는 카페가 늘어서있고 한적하게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이 군데군데 눈에 띈다. 평화로운 광경이다.

포르투는 포트와인으로 유명한데 특이하게도 단맛이 난다. 와인을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할 만하다. 나의 경우 와인을 처음 접하기 전에 달콤한 포도 주스 같은 술이라고 상상했었다. 지금은 오히려 와인의 떨음 맛을 더 찾고 있지만, 처음 와인을 접하였을 때 그 떨떠름한 맛에 드는 실망감이란....

그러나 조심해야한다. 단맛에 얕잡아 봐서는 안 된다. 알코올 도수가 20도나 되기 때문에 맛있다고 홀짝홀짝 마시다가는 어느새 정신을 잃을지도 모른다.


포르투갈과 스페인은 바로 인접해 있어 비슷해 보이지만 많이 다르다. 스페인사람들이 열정적이고 외향적인 성향이라면 포르투갈인은 그에 비해 점잖은 편이다. 스페인 사람들이 친절함을 마음껏 표현하며 싫고 좋고를 분명히 하는 반면 포르투갈인은 약간의 수줍음과 함께 다 표현하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정이 느껴지는 이들이 한국인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한다.
색다른 경험과 새로운 것을 접해보기 위해 떠난 여행이지만 나도 모르게 나와 비슷한, 한국과 비슷한 면을 찾으려하는 나를 발견한다.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면 그곳이 더 좋아지고 나에게 의미 있는 곳이 되어 버린다. 내가 가진 것과 다른 것을 찾으러 떠난 여행에서 내 것과 비슷한 것을 찾고 있으니 참으로 모순된 행동이란 생각을 한다.


볼거리가 많은 화려한 도시에서는 지적인 호기심을 채울 수 있을 것이고, 럭셔리한 리조트에서는 몸을 편하게 누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낡은 거리와 낙천적인 사람들, 시간이 느리게 움직이는 이곳 포르투에서는 마음의 안식을 얻을 것이다.

마카오가 좋아서 시작된 포르투갈 여행은 나에게 예상했던 것 보다 더한 기쁨이었다. 오래된 것의 미학을 아는 착하고 느긋한 사람들이 대륙 멀리 떨어진 마카오와 포르투갈의 공통된 느낌이었다.

포르투에서의 과거로의 여행은 몸과 마음의 휴식은 선물이고, 인간적인 정은 덤이다.

이들의 낙천적인 삶의 방식을 나에게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을 것이다. 현실적으로 맞지도 않을뿐더러 여태 살아온 습성 때문에 그런 삶이 주어진 들 제대로 즐기지 못할 거다. 다만 주위 상황과 시선, 일상에 쫓기어 내 자신을 버리지는 말았으면 한다. 나의 소리를 멀리한다면 갑작스런 허망함이 쓰나미처럼 밀려와 모든 것을 놓고 싶어질지 모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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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지훈(htlaz) 2024-04-28

가보고픈 마카오야 기다려라 올 24년에 간다 홍콩부터! 소개 잘 봤네요 아주 늦었지만!